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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7 56시간 플레이 후기 - 이 정도면 충분히 한 것 같다

문명/플레이 일지

by Lucill 2025. 2. 14.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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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 어제 드디어 문명 7이 정식 발매되었다. 하지만 파이락시스는 정식 발매 며칠 전인 2월 6일부터 문명7 디럭스 에디션 이상을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얼리 억세스를 시작했다.

문명을 즐겨 했던 유저로써 거의 9년 만에 나오는 신작 플레이를 기다릴 수 없어서 거의 12만원에 달하는 디럭스 팩을 구매하여 2월 6일부터 플레이를 시작했다. (파운더스 팩까지 사기는 너무 비싸다..)

 

56시간 동안 총 3판을 플레이했다. 아무래도 신중하게 플레이하는 편이다 보니 한 판 한 판이 좀 오래 걸렸다. 50시간 좀 넘게 플레이해본 결과, 상당히 즐겁고 재밌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세 번째 판이 끝날 때쯤엔 이 정도면 충분히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지금까지 플레이한 감상으로 내가 느낀 장점과 단점을 한번 나열해보겠다.

 

 

(+) 수려한 그래픽

 

 

 아름다운 그래픽의 발전은 뭐니뭐니해도 문명 7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다. 카툰 양식의 그래픽으로 호불호가 갈렸던 문명 6과는 달리 좀 더 실사에 가까운 양식을 차용하면서 건물 모습과 도시 구조 배치 등의 면에서 그래픽적인 디테일이 굉장히 발전했다. 또 문화권별로 건물과 유닛의 양식이 다 다르게 설정되는 등 그래픽적으로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발전이 있었다. 오밀조밀한 건물들과 불가사의들로 가득 채워진 제국을 찬찬히 돌아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몇 가지를 더 감상해보자.

 

 

 불가사의 건설 완료 시 나오는 건설 애니메이션은 딱 4컷으로만 나눠서 보여줘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던 전작과 비교하면 아쉽지만 그만큼 그래픽적인 디테일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다 보니 이해가 된다. 그리고 불가사의를 짓거나 자연경관을 발견할 때 나오는 인용문은 전작 문명 6에서 장난스러운 농담이나 인터넷 밈을 다수 차용했다가 엄청난 비판을 받았던 만큼 이번 작에선 더 진중하고 묵직한 인용구들로 채워서 그것도 마음에 들었다.

 

 

(-) 투박한 UI, 인게임에 숨겨진 정보들

 

 

 하지만 그래픽이 엄청나게 발전한 반면 그와 비교하여 UI는 반대로 무슨 2000년대 모바일 게임 수준으로 퇴행한 것 같은 수준을 보여 불편함을 넘어 당황스러울 정도이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문명 7이 모바일 출시를 염두에 두고 UI도 모바일 환경에 맞춰서 조정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많이 제기된다. 문명 6도 UI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종종 지적받았지만 문명 7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선녀다. 나름대로는 최신 트렌드에 맞춰 모던함과 심플함을 극대화시키려고 한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퇴행했다고 보여진다. 잠깐 문명 6의 UI를 보고 오자.

 

 

 문명 6이 전반적으로 화사한 컨셉인 것도 있긴 하지만 어찌 됐건 두루마리를 펼쳐놓은 듯한 세련된 문명 6의 테크트리와 달리 문명 7의 UI는 너무 거무칙칙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또 기술 아이콘과 건물이나 불가사의들이 3D 아이콘 같았던 전작과 달리 좀 더 현실감 있고 평면적인 그림으로 대체가 됐는데 이 그림들 역시 묘하게 촌스러워서 좀 짜친다. 나름 시리즈 최대 흥행작이었던 문명 5 양식으로 회귀하려고 했다는 건 알겠으나 2025년에 발매된 최신작의 ui같지는 않다.

 

 

 일례로 가져온 자금성 (불가사의) 아이콘이다. 왼쪽은 문명7, 오른쪽이 문명 6이다.

 취향 차이겠지만 문명 6은 입체감도 있고 뭔가 픽하고 싶게 만드는 아이콘인 반면 문명 7은 음.. 개인적으로 더 촌스럽게 느껴진다.

 문명 7의 불가사의들이 실제로 도시에 지어 놓으면 너무 예쁘지만 뽕이 잘 안 차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저 도시 생산창에 나오는 그림.. 불가사의인데도 너무 손이 안 가게 생겼다ㅋㅋ

 

 

 도시 배너를 보자. 문명 6은 직관적이고 깔끔한 인터페이스를 보여주고 필요한 정보는 다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식량이 얼마고 생산량이 얼마고 신앙은 얼마나 나오는지 한눈에 보인다. 반면 문명 7은 UI도 투박할 뿐 아니라 도시 생산량 수치에도 숫자 간 구분선 같은 게 없어서 자칫 헷갈릴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시민이 어디 배치돼있는지도 확인하는 기능도 없다.

 

 

 이 도시 배너도 정말.. 하다보면 어느 정도 익숙해지지만 볼 때마다 허접하다는 느낌이 든다.. 남은 턴수 표시는 무슨 워드에서 글자 배경 넣고 타이핑한 것 같다. 저게 최선이었을까..? 그리고 현재 생산 중인 항목이 너무 작아서 현재 생산 중인 게 뭔지 도저히 한눈에 확인하기 어렵다. 

 

 이렇듯 문명7의 UI는 너무 간소화되어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고, 세련되지 않고 칙칙하고 촌스럽다. 작년에 처음 문명 7 시연 영상을 공개했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UI 문제를 제기해왔는데 거의 수정 없이 그대로 발매한 걸 보면 앞으로 과연 수정될지는 의문이다. 어느 정도 편의성 개선은 있더라도 디자인 자체가 바뀌진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개인적으로는 수려한 그래픽과 비교되어서 UI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고 실제로 이런 UI가 많은 유저들의 진입장벽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 유저 친화적으로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라이트해진 시스템

 

 문명 7의 시스템을 찬찬히 살펴 보면서 두 가지를 느낄 수 있었는데, 첫째는 여러 모로 라이트 유저를 겨냥한 것 같다는 것, 두번째는 문명 시리즈의 여러 가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제작진의 고심이었다. 전반적으로 편의성을 많이 개선하고 여러 복잡한 조건이 있던 시스템들을 완화시켰는데 게임의 수명이나 입문 장벽 측면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문명 시리즈는 후반부로 갈수록 도시 개수가 많아지면서 현대 시대까지 넘어오면 20개 가까이 되는 도시를 일일히 생산 대기열을 설정해줘야 하는 소위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인해 플레이가 극도로 피로해진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오죽하면 문명을 플레이하면서 엔딩까지 가 본 적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꽤 많을 정도이다. 그뿐 아니라 문명 6의 경우 쾌적도, 주거 공간, 충성심, 위인 점수 등 도시 하나를 컨트롤하는 데도 신경써야 할 여러 가지 복잡한 요소들이 많아서 뉴비들은 입문에서부터 학을 떼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문명 7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제작진의 고민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문명 7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와 마을' 시스템을 도입했다. 문명7에서는 정착지를 건설하면 도시가 아니라 '마을'로 시작한다. 도시는 이전의 일반적인 문명 시리즈의 도시와 똑같은 것이고, 마을은 일일히 생산할 걸 설정해주지 않고 마을에서 생산되는 식량을 전부 도시로 보내고, 생산력은 전부 금으로 환산해서 제공한다. 우리가 도시에 살아도 농촌에서 농사지은 쌀로 밥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마을은 일정 인구 이상만 되면 언제든지 도시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런 마을 시스템을 활용하면 직접 컨트롤해야 하는 도시 수를 적게 유지하면서도 마을에서 나오는 식량과 금으로 충분히 도시를 잘 키우면서 플레이할 수 있다. 게다가 도시 건설 시 주거공간? 충성심? 전부 없어졌고 고려할 필요가 없다. 쾌적도 시스템은 행복도로 전환되었는데 이 행복도는 타일이나 건물 산출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쾌적도가 왜 부족한지 더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늘리기도 쉽다.

 

 

 그 외에도 시스템을 간소화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외교 시스템이 대표적인데, 이제 타 문명이나 도시 국가와의 관계에서는 '영향력'이라는 새로운 화폐를 사용한다. 이는 전작의 '외교적 환심'과 '사절 점수'를 합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공개 비난을 할 때도, 연구 협력을 할 때도, 도시 국가와 우호 관계를 맺을 때도 '영향력'만 있으면 가능하다. 이 영향력은 게임 내 생산량 중 하나로 표시되기 때문에 특정 건물을 짓거나 불가사의를 지으면 증가하는 걸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외교 활동에는 '영향력'만 사용할 수 있다. 즉 이제 문명 간에 거래할 때 금, 걸작, 자원 등은 필요없다! 또한 이전 작에서 스파이 유닛을 운용해서 플레이해야 했던 첩보 시스템도 이제 영향력을 이용하여 외교 화면에서 버튼만 누르면 스파이 짓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문명 6의 장단점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많지만, 거의 유일하게 모든 플레이어가 공통적으로 실패한 시스템이라고 공감하는 것이 외교 시스템이다. 반면 문명7의 외교 시스템은 훨씬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지도자와의 외교 노력으로도 과학, 문화, 행복도, 식량 등을 상당히 많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명 6의 세계 의회는 거의 의미도 없고 쓸모도 없는 시스템이었는데 나중에 문명 7도 확장팩으로 세계 의회 시스템이 추가된다면 어떤 형태가 될지 궁금하다.

 

 

 교역 시스템은 상인 유닛을 생산해서 교역할 도시로 보내서 교역로 활성화만 누르면 되는데, 도시와 교역로를 건설하면 그 도시에 있는 자원들을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교역로를 추가하려면 상업 특수지구를 짓고 시장을 건설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전작과는 달리, 이제는 처음부터 문명마다 교역로 1개씩 보낼 수 있도록 제한이 완화되었고, 특정 문명에 추가로 교역로를 보내고 싶다면 외교 화면에서 '교역 관계 개선' 버튼만 누르면 교역로를 늘릴 수 있다.

 

 

 건설자 유닛이 없다는 것도 문명 7 공개 당시 큰 화제였다. 문명 시리즈에서 전통적으로 농사를 짓고 광산을 건설해주던 우리의 노동자 유닛은 없어졌고 인구가 증가할 때 시민 배치할 땅을 선택하면서 자동으로 타일 종류에 걸맞는 시설이 배치된다. 이제 모든 건설을 도시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건설 횟수 제한까지 있어 유저를 머리 아프게 했던 문명 6의 건설자를 생각하면 훨씬 편의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문명 7은 중간에 시민 배치를 변경하거나 도시 간에 타일을 교체하는 기능이 없어졌다. 인구가 증가하면 그 턴에 시민을 배치해야 하고, 시민 배치할 땅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영토 확장이 되는 방식이다. 이것도 사실 뉴비 친화적인 변경이라고 볼 수 있다. 도시 간에 타일을 교체하거나 시민 배치를 변경함으로써 산출량을 변경하는 것이 문명 실력자와 뉴비를 가르는 기본적인 척도 중 하나였는데, 이걸 없앰으로써 그 간극을 줄인 것이다.

 

 

 군단장 시스템 역시 문명 7에서 호평을 많이 받는 시스템 중 하나다. 군단장은 전작의 위대한 장군과 비슷한 사령관 유닛인데, 이제 군사 유닛 최대 4개를 군단장 유닛에 편성시켜서 한번에 움직일 수 있다. 모든 유닛을 한칸씩 움직이느라 진땀 빼던 전작과 달리 이 기능을 잘 활용하면 전쟁 참여가 수월하다. 또한 일반 군사 유닛은 레벨업이 없어지고 군단장만 경험치를 받고 레벨 업을 할 수 있다. 때문에 이제 군사 유닛이 죽든 말든 물량전 공세가 가능해졌다. 또한 설사 실수로 군단장이 죽더라도 몇십 턴 후면 다시 살아나기 때문에 애지중지 키운 유닛이 죽을 때의 상실감이 많이 줄었다. 또한 멀리 수도에서 군사 유닛을 생성하더라도 군단장에게 보내기 기능이 가능해서 이 기능을 사용하면 유닛이 사라졌다가 몇 턴 후에 군단장 근처에서 다시 스폰된다. 때문에 병력 지원이 훨씬 수월해졌다.

 

 게다가 공성전이 훨씬 쉬워졌다. 도시 원거리 공격 기능이 사라졌고 도시 성벽이 전작과 비교하여 대폭 너프되었기 때문에 성벽이 있더라도 도시가 훨씬 쉽게 뚫리게 되었다. 성벽이 올라가는 순간 거의 도시 공략을 포기해야 했던 전작과는 달리 문명 7에서는 도시 공격이 여러 모로 훨씬 편해졌다.

 

출처: https://civilization.fandom.com/wiki/Religion_(Civ6)

 

 종교 시스템은 또 어떤가. 위 스샷은 외국의 문명6 팬위키에 나오는 종교 시스템에 대한 설명 페이지를 구글 번역기로 돌린 것이다. 이처럼 문명 6의 종교 시스템은 아주 복잡했다. 시민의 몇 %가 믿으면 대중 종교가 되고 도시에 성지가 있으면 영향력이 어떻게 되고 종교 유닛이 종교 전파 한 번에 영향력을 얼마를 퍼뜨리고 다른 종교 영향력을 몇 % 줄이고 영향력이 누적되서 어떻게 되고.. 이처럼 매커니즘이 너무 복잡하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정도로 시스템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대강 무지성 선교사/사도 러시로 도시를 개종시켰을 것이다.

 


 문명 7에서는 이런 복잡한 시스템은 싹 다 잊어도 된다. 일단 게임 내에서 종교의 비중이 대폭 축소되었고, 그나마 대항해 시대에만 종교 플레이가 가능하고, 다른 도시로 종교를 전도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문명의 도시를 개종하는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그저 도시의 '시가지 특수지구'에서 한 번, '교외 특수지구'에서 한 번 전도 버튼 딸깍하면 된다. 도시 이름 아래에 종교 아이콘 두 개가 보일 텐데 그 두 개가 각각 시가지 특수지구와 교외 특수지구에서 믿고 있는 종교이다. 인구가 많다고 여러 번 전도할 필요도 없고 한 번만 누르면 된다.

 

 

 그리고 민간 유닛 이동력 +1 정책을 쓴 거긴 하지만 선교사 이동력이 8이다 ㅋㅋㅋㅋ 덕분에 종교 플레이가 훨씬 쾌적해졌다.

 이처럼 문명 7은 여러 부분에서 유저들이 불편함을 덜 느끼고 플레이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플레이하면서 딱히 크게 뭔가가 불편하거나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시스템은 없었다.

 

 

(-) 극비인 듯 유저에게 꽁꽁 숨긴 정보들

 

 이처럼 전반적인 시스템을 간소화한 문명 7이지만 그만큼 설명도 간소화한 것일까. 문명 7은 유저에게 정보를 주기 싫은 것처럼 많은 정보를 숨겨 놓는다. 문명 7을 하다 보면 플레이어가 궁금해할 부분인데도 설명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 깜짝 놀라게 된다.

 

 

 예를 들면 현재 운영 중인 교역로 개요를 확인하는 기능이 없고 상인 유닛을 생산한 후 상인 유닛을 클릭해야 현재 건설 가능한 교역로만 간신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고대 시대에는 대부분 도시가 교역 범위를 벗어났다며 교역로 건설이 불가하다고 뜰 텐데 도대체 이 교역 가능한 범위가 몇 타일인 건지 도저히 어디에서도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

 

 그뿐 아니라 건물/유닛의 생산 비용, 기술/사회 제도 비용도 아무 데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다. 심지어 문명 백과사전에도 말이다. 문명 7에서는 내러티브 이벤트라고 해서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단발성으로 문화 +100 혹은 과학 +100 중 선택하는 식의 이벤트들이 뜨는데 우리가 비용이 얼마인지 알아야 적절한 선택을 할 것 아닌가. 또 백과사전에는 기술/사회 제도에서 어떤 요소들이 해금되는지도 누락되어 있어 직접 기술/사회 제도 트리 창에 들어가서 확인해 봐야 한다. 또한 문명별 고유 사회 제도에 대한 설명도 백과사전에 없다. 문명의 고유 사회 제도 역시 상대 문명의 강력한 특성 중 하나인 데도 이걸 인터넷 검색을해야 알 수 있다.

 

 또 도시가 담수에 인접하면 행복도 +5 효과를 받지만 인게임에는 이런 정보가 없다. 게임 시작 시 시대 별로 과학/문화를 +10씩 받을 수 있고, 궁전에 인접한 구역은 과학/문화 +1 인접 보너스를 받지만 이런 정보는 게임 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건물 배치시에도 산출량이 왜 이렇게 나오는지 명확하게 표시해주지 않는다. 문명6은 특수지구 건설 전 인접 보너스를 표시할 때 '인접한 불가사의에서 +2', '인접한 숲에서 +1' 이런 식으로 왜 인접 보너스를 받는지 명확히 알려줬지만 문명7은 서쪽에서 +1, 다른 건물로 +1 이런 식이다ㅋㅋㅋ 분명히 금 건물이었는데 갑자기 문화가 나온다고 해서 보면 (다른 건물로) 이렇게만 적혀 있는데 이런 경우가 너무 많아서 처음에는 이유를 열심히 찾다가 나중엔 포기했다.

 

 이 외에 위인들도 설명이 없다. 이를 테면 이집트의 경우 특유 위인 유닛인 '차티'가 있는데 이 차티를 생성할 때마다 여러 명의 차티들 중 랜덤으로 한 명이 나온다. 그런데 이 차티들이 어떤 기능이 있는지 궁금해서 문명 백과사전을 찾아 보면..

 

 

 이렇게 개별 위인이 무슨 기능을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차티' 자체에 대한 설명만 있다ㅋㅋㅋ 정말 황당한 현실이다. 이걸 문명 6으로 예를 들면 '뉴턴' 설명에 '위대한 과학자임' 이렇게만 적어놓은 것이다.

결국 이 위인이 무슨 기능을 하는지 정보를 찾으려면 또 문명 홈페이지를 찾아봐야 한다ㅋㅋ

 

 문명6도 게임 내에서 여러 시스템에 대해 설명이 부족한 부분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문화 승리의 매커니즘이다. 하지만 문명6에서 이렇게 설명이 부족한 부분들은 실제로 유저들이 숙지하기에는 머리가 아플 정도로 시스템이 너무 복잡한 경우들이었다. (물론 그래도 비판해야할 부분이지만) 하지만 문명7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도 설명이 생략된 경우가 많아 플레이하면서도 왜 이렇게 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상황이 반복된다. 개인적으로 게임 정보를 인게임에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파이락시스가 이런 부분은 수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문명별로 다양화되고 특화된 이벤트로 개성 부여

 

 

 문명 7은 '내러티브 이벤트'라는 것이 추가되었다. 이게 뭐냐면 게임 중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스토리가 나오면서 플레이어가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다. 보통은 두 가지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이벤트가 나오고 간혹 퀘스트가 뜰 때도 있다. 문명 5에도 비슷한 시스템이 있었는데 돌아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내러티브 이벤트는 놀랍게도 문명과 지도자별로도 세분화되어 있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이집트의 경우 메자이 2기를 생산하면 관련된 내러티브 이벤트가 뜨는 걸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벤자민 프랭클린이면 대학교를 설립하는 퀘스트가 나오는 등 다양한 내러티브 이벤트들이 있고 꽤 종류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문명별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건 다양한 문명과 지도자로 플레이하는 동기 중 하나가 될 것이고 반복 플레이도 하게 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내러티브 이벤트가 뜨는 조건은 숨겨져 있기 때문에 플레이하다 우연히 해금되기를 바라야 한다는 것이 아쉽다. 최소한 문명/지도자 별로 특유한 이벤트는 도전과제처럼 해금 조건도 귀띔을 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명 뽕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

 

 하지만 왜일까. 문명 별로 다른 모델링, 다른 건축 양식, 특유 사회 제도, 개별화된 내러티브 이벤트 등 숱한 제작진의 문명별 특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플레이하면서 '문명 뽕'은 많이 느껴지질 않았다. 뭐 나폴레옹이 인도 지도자가 되고 쯩짝이 로마를 통치하고 이런 지도자/문명 분리도 영향은 있겠지만 그런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문명 뽕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다름 아니라 문명7은 결국 정형화된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는 진행이기 때문이다.

 

 

 문명 7은 유산의 길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대별로 문화/경제/군사/과학 유산의 길 과제가 있어 이 과제를 달성하면 다음 시대에 황금기 혜택을 받거나 최종적으로 근대에서 승리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행할 때 버프를 받을 수 있다.

 어찌 보면 시대마다 달성해야 할 목표가 주어지니 단기적으로 목표의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전작에서 고대 시대에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던 뉴비라면 그저 목표만 따라가다 보면 게임이 클리어 되고 유리해지는 유산의 길 시스템에 오히려 환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문명 6에서 유레카 시스템이 플레이 정형화를 유발한다고 비판을 받았었는데 유산의 길 시스템도 비슷하거나 어쩌면 더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다. 

 

 

 유산의 길 과제를 깨기 위해서는 특정 플레이 방식이 강요된다. 이를테면 고대 시대의 경우, 불가사의를 많이 짓는다던지 자원을 많이 모아야 한다던지 등의 조건들이 있다. 플레이어가 특정 승리를 하고 싶다면 당연히 유산의 길 시스템을 따라가는 것이 유리하다 보니 숙련자든 초보자든 이 유산의 길 과제를 신경쓰면서 플레이하게 된다. 그 말인즉슨 특정 승리를 하고 싶다면 고대 시대부터 플레이가 정형화된다는 것이다. 문명 6의 유레카 시스템이 게임의 방향성 자체를 정형화하진 않았던 반면, 문명 7의 유산의 길 시스템은 아예 고대 시대부터 게임의 방향성을 정형화한다.

 

문명7 근대의 문화 승리를 위해서는 세계 박람회 불가사의 건설을 완료해야 한다. 이 건설은 문화 유산의 길 점수에 따라 가속화된다.

 

 문명 뽕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 두 번째로, 게임 시스템이 너무 단순화되다보니 그만큼 빌드에서의 다양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문명6은 같은 승리를 하더라도 문명 특성과 플레이어의 취향에 맞춰서 선캠/선성지/선극장가/선주둔지/선항만/선상중 등 다양한 빌드를 활용하고, 이후 상황에 맞게 승리 플랜을 짜면 됐다. 이처럼 문명 6에서 한두가지 특수지구에 집중적으로 특화하는 빌드가 가능했던 이유는 다양한 특수지구를 지을수록 특수지구 건설 비용이 올라가는 비용 시스템도 있었고, 특정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때 그 분야의 위인을 독점하여 다른 이득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한 부분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생겨도 다른 방식으로 메꿀 수 있도록 다양한 게임 내 시스템을 준비해 두었다.

 

 예를 들면 선상중/선항만을 가더라도 황금기 전략 중 하나인 '자유 탐구' 를 활용하면 상업 중심지/항만의 인접 보너스에서 과학을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캠퍼스가 없어도 폭발적으로 과학을 뽑아내면서 부스트를 걸 수 있었다. 선성지 빌드는 성지의 인접 보너스가 생산력을 함께 제공하는 '직업윤리'라는 사기 교리와, 신앙으로 건설자와 개척자 등 민간 유닛을 구매할 수 있는 '기념비성' 황금기 집중 전략과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하며 한동안 문명 6의 사기 빌드로 꼽히기도 했다. 문화 위주로 성장시키는 빌드에서도 과학을 넉넉하게 챙길 수 있는 다양한 사회 정책을 활용하면 운영만 잘 하면 과학 위주 빌드와 비교해서도 과학이 크게 밀리지 않을 수 있었다.

 

 반면 문명7은 일단 플레이해봤을 때 특별히 빌드의 다양성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느낀 문명 7의 빌드는 군사 유닛 뽑아서 옆 문명 정복하기와 내정 돌리기 두 가지다. 어차피 시대 내에서 도시에 과학 건물도 올리고 문화 건물도 올릴 거기 때문이다. 체감상으로는 건설하더라도 건설 비용이 증가하지도 않았다. 결국 어떤 문명이나 지도자를 고르든 과학 건물도 짓고 문화 건물도 짓고 행복도 건물도 짓고 도시마다 그냥 골고루 지으면서 여유되면 불가사의도 짓는 식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고대/대항해/근대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까 스샷 재활용

 

  문명 뽕이 느껴지지 않는 마지막 이유로는, 문명7은 산출량을 너무 쉽게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작은 건물 인접보너스 조건이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좀만 신경써서고 설계하면 인접 보너스를 극한으로 뽑아낼 수 있고 거기에 전문가들까지 배치를 완료하면 게임 후반부에는 한 타일 산출량이 거의 100에 육박하는 것도 손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이렇게 만들기가 어렵지도 않다.

 

 과학/문화 수급 출처가 극히 제한되어 인접 보너스 1 차이로도 게임 판도가 바뀔 수도 있었던 문명 6과는 달리 문명 7은 일반 타일에서도 폭발적인 산출량이 나오기 때문에 2~3 정도의 수치 차이도 굉장히 사소하고 미미하게 느껴진다. 문명 6에서의 생산량의 가치와 문명 7의 가치가 다르다 보니, 문명 고유 특성이나 고유 건물을 활용하는 뽕이 안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문명 6에서 고대 시대부터 문화 +1, 금 +2을 주는 고유 시설이 있다고 가정하면 초반에 문화 부스팅해서 정부도 빨리 채택할 수 있고 게임 플레이가 쾌적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문명 7에서 똑같은 효과를 가진 악숨의 고유 시설 하윌트는? 그냥 별 생각이 안 든다. 위 스샷에 보이는 마드라사는 아바스조의 특유 건물인데 보다시피 여기서 인접 보너스로 과학 +8이 나온다고 하는 상황인데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이 건물이 있든 없든 내 플레이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오지 않기 때문이다.

 

 

 문명 7의 불가사의도 비슷한 이유로 뽕을 느끼기 힘들다. 문명 6의 불가사의들은 모두 게임 진행을 좌우하는 인상적인 효과를 가진 불가사의가 많았던 반면, 문명 7의 불가사의는 수도 너무 많을 뿐더러 상대적으로 6에서만큼 강력한 성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기본적인 타일 산출의 체급이 워낙 세기 때문이다.

 

 

 또 개인적으로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바로 이 기념물/지도자 속성 점수 시스템이다. 문명 7은 게임 시작할 때 두 개의 기념물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 기념물은 문명을 여러 번 깨면서 레벨업을 하면 얻을 수 있고 다양한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지도자 속성 점수의 경우에는 바로 이런 기념물 중에도 시대 시작 시 지도자 속성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항목이 있고, 혹은 유산의 길을 완료하여 획득한 유산 점수로 올리거나 혹은 내러티브 이벤트로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기념물과 지도자 속성 점수가 상당히 사기적이라고 느껴진다. 특히 지도자 속성 점수는 지나치게 "밸붕"이다. 이 기념물과 지도자 속성 점수 항목을 보면 말도 안되는 항목들이 많다. 당장 위 문화 부분만 보자. 숙련도 연구 시 25% 증가라던지 심지어 자원마다 문화 +1을 준다던지.. 고대 시대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속성들부터 짤렸지만 아래에는 동맹마다 문화 +10%, 총 문화 +5% 등 거의 게임을 끝낼 수 있는 속성들도 있다. 게임 후반부에나 찍을 수 있다고 하기에는 시대 시작할 때마다 지도자 속성 점수를 주는 기념물과 시대마다 황금기 조건만 잘 맞추면 다음 시대에 얻는 속성 점수로 충분히 쉽고 빠르게 고급 항목들까지 레벨을 올릴 수 있다. 

 

 

 위 스샷은 근대 시대 시작 1턴째에 찍은 스샷이다. 난이도는 불멸자다. 이렇듯 지도자 속성 점수와 황금기 유산, 전통 정책만 잘 조합해서 최적화하면 시대가 바뀌어서 다 리셋된다고 하더라도 ai보다 과학 문화가 2배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시대 초반에 부스팅이 되면 빠른 기술과 사회 제도를 바탕으로 그 다음은 뭐 그냥 턴 넘기기만 하면 된다. 내가 1턴 째에 저렇게 과학 문화를 올린 데에는 멕시코나 하트셉수트의 특성은 하나도 쓰이지 않았다. 황금기 유산과 지도자 속성 점수, 전통 정책만으로 올린 것이다.

 

 이렇듯 지도자 속성 점수와 유산 정책 등이 너무 강력하다 보니 정작 플레이어가 이입하고 뽕을 느껴야 할 문명이나 지도자 특성, 특유 건물들은 상대적으로 심심해 보이고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이 특유 건물과 문명 특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보다 내가 지도자 속성 점수를 뭘 찍는지가 게임 플레이 가속화에는 훨씬 중요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기념물과 속성 점수가 문명 특성보다 더 개성적이고 강력해 보이는 게 많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문명 6을 다시 켜볼까..

 

 문명7의 엔딩을 세 번 보고 나서 나는 문명 7을 당분간 쉬어도 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충분히 재밌게 한 부분도 있었지만 가장 크게 현타가 왔던 건 위에서 말했던 마지막 부분, 시스템이 단순해지고 산출량을 너무 쉽게 올릴 수 있다 보니 오히려 '문명 뽕이 안 느껴진다는 것'. 문명7에서 근대 시대 중반쯤 되니 과학/문화가 2000 이상까지 올라갔는데, 그걸 보니 마치 모바일 게임에서 나올 법한 수치 같다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기념물은 일종의 리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라고 하더라도 게임 운영 자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지도자 속성 점수는 좀 너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름 엔드 게임의 의도로 만들었다고 생각은 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속성 점수 올리기가 너무 쉽다.

 

 문명 7은 여러 가지 편의성을 개선하고 복잡한 부분들을 대폭 덜어내면서 라이트 유저도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4X 게임을 만들었다. 하지만 건설자로 무슨 타일을 건설해야 할지, 주거공간을 어떻게 올릴지, 충성심 관리를 어떻게 할지 매 턴마다 고민해야 했던 문명 6이 그리워지는 건 그냥 내가 아직 문명6 맛에 익숙해서일까? 혹은 문명 7이 추후 확장팩으로 더 완성도를 갖추면 그때는 문명 7도 그만큼 즐겁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문명 6에서 아직 플레이하지 않은 문명을 다시 플레이하면서 문명 7은 간간히 해보는 정도로 할 생각이다. 문명7을 플레이할 예정인 분들은 일단 1~2년 정도 더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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