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비공식 한글패치의 붐을 일으켰던 명작 추리게임 역전재판이 작년에 1~3탄을 묶어 스팀으로 출시되었다. 90년대생들은 급식 때 이 게임을 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우리 때는 이 게임을 학교에서 돌려가면서 했다 이 말이야ㅋㅋ 원작 게임이 2000년에 GBA로 처음 나온 후 NDS, Wii, 3DS, PS4, 스위치, 모바일까지 수없이 리메이크가 반복되었으니 엄청나게 사골을 우려먹은 게임이다. 그만큼 명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스팀으로 출시되면서 생각보다 접근성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게임방송계에 역재 붐이 일면서 많은 BJ들이 스트리밍으로 즐기기도 했고 덕분에 원래 아는 사람들만 아는 게임이라는 느낌에서 탈피한 것 같다.
역전재판 123 나루호도 셀렉션은 나루호도를 주인공으로 한 역전재판 시리즈 1~3편을 묶어서 출시한 게임이다. 아무리 예전 게임이라지만 이 명작 시리즈를 무려 게임 세 개를 합쳐서 3만원에 즐길 수 있다니 얼마나 혜자인가. 안 해본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강력 추천해야 하는 게임이다.
역전재판은 법정에서 피고인의 무죄를 걸고 심문을 하며 증언의 모순을 파악하는 게임이다. 게임 제작자인 타쿠미 슈는 자신의 노모도 추리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게임을 최대한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 하는 사람도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게임 시스템이 알기 쉽고 단순하다. 여러 게임방송을 보면 알겠지만 40대 아저씨들도 무리없이 잘 플레이한다. 법정에서는 증인의 증언을 듣고 모순되는 증거품을 제시하기만 하면 되고 조사할 때도 조사/이동/대화/제시 4가지로 행동 가짓수를 단순화했다. 비교하려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나온 추리 게임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의 경우 행동하는 메뉴가 워낙 많고 복잡하며 심문도 어려워 공략 없이 진행하기 힘들다. 역전재판이 더 유명해지고 시리즈가 장수한 데에 이처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큰 비결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역전재판의 묘미는 무엇보다 극적이고 통쾌하면서 서사적인 시나리오이다. 게임의 내용은 단순하다. 모든 증거와 증인이 피고인의 범행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피고인을 믿고 변호를 해 나가면서 증거와 증언의 모순들을 파헤치는 것. 그러다 보면 점차 사건의 숨겨진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고 진범을 지목해 피고인의 누명을 벗겨내는 것이다. 피고인에게 매우 불리하게만 보이던 상황이 몇 가지 모순으로 인해 순식간에 반전되고 거짓말을 한 증인은 당황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본색을 드러내며 그야말로 재판을 '역전'하는 장면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뿐 아니라 모든 작품이 초중반 에피소드들에서 떡밥을 하나씩 쌓아가다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모든 복선이 하나로 집결되면서 터뜨리는 구성인데 이 전체를 관통하는 시나리오의 구성이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처럼 감명깊고 치밀하다.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주인공 나루호도 류이치가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 보는 재미도 있고 특히 3편은 1,2편의 내용까지 총망라하면서 끝나서 시리즈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변호사와 피고인은 선, 검사는 악으로 구분되어 있어 서사 구조가 단순하다.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편이지만 이것 역시 게임을 쉽게 만들기 위해 제작자가 의도한 것이다. 그리고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나름대로 변호사와 검사의 관계에 대해서 시리즈 나름대로 조금 더 합리적인 정립이 이루어진다. 일본 게임인만큼 어느 정도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나오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대신 캐릭터 하나하나가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고전게임이라 그런지 트릭의 허점이나 옥의 티가 없지 않지만 그걸 감안하고라도 즐길 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이식 자체는 깔끔하게 잘 되어 있다. HD 일러스트화된 그래픽도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게 리메이크되어서 기존 팬이든 유입 팬이든 잘 즐길 수 있겠다. 역전재판 시리즈, 특히 나루호도 트릴로지는 내 인생 게임이기도 하다. 추리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고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를 좋아한다면 이 명작 시리즈를 필수로 즐겼으면 좋겠다.
별점 : ★ ★ ★ ★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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