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드 스타즈 (BURIED STARS) 는 라인게임즈에서 제작한 텍스트 어드벤처 추리 게임으로 <검은방>, <회색도시> 등의 게임으로 유명한 시나리오 라이터 수일배가 제작하여 유명해진 게임이다. 나는 사실 작가의 전작들인 검은방이나 회색도시는 안 해봤지만 역전재판, 단간론파 등 각종 텍스트 추리 게임을 섭렵한 입장으로써 정말 오랜만에 국산 텍스트 어드벤처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큰 감명을 받았다. 사실 발매된 지도 모르고 있긴 했지만 방송 BJ가 플레이한 영상과 K-단간이네 뭐네 하는 댓글을 보고 바로 구매해서 플레이해봤다.
베리드 스타즈의 시놉시스는 사실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의 TOP 5만 남은 상황에서 생방송 중 무대가 붕괴되면서 TOP 5와 FD 한 명이 무너진 무대 아래 갇히게 된다. 이들은 밀실이나 다름없는 무너진 무대 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극한 상황에 빠진다. 그 와중에 SNS에 이들을 살해하겠다는 예고가 올라오고 정말 예고대로 시체가 발견되면서 생존자들은 충격을 받고 각자가 숨겨둔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상황은 점차 극한으로 치닫게 된다.
진행 방식은 일반적인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과 비슷하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키워드를 획득하게 되는데 이 키워드를 통해 인물들과 대화하고 그를 통해 또 다른 키워드를 획득하고 또 대화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특이한 시스템으로 SNS 타임라인이 있는데 실제 트위터를 모티브로 한 SNS 페이터를 통해 단서도 획득하고 멘탈도 회복하거나 깎을 수 있다. SNS가 진짜 실제 트위터 스타일과 싱크로 100%에 가까워서 화제가 되었다. 확실히 진짜 트위터 보는 것처럼 잘 재현해놓은 게 포인트다ㅋㅋ
정말 한국에서 희귀한 국산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 나왔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플레이하면서 느낀 단점들이 수없이 많아 하나씩 열거해야겠다. 일단 게임의 주요 시스템 중 하나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좀 귀찮다. 인물마다 대화 주제가 정해진 게 아니라 한 가지 키워드로 5명 모두와 대화할 수 있으니 텍스트 분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는데 어차피 한 가지 주제이다 보니 다 진행하기 굉장히 지루하다. 필수로 진행해야 하는 커뮤는 말풍선으로 알려주긴 하지만 나같은 사람은 찝찝해서 모든 대화를 다 봐야 하기 때문에 지루해하면서도 꾸역꾸역 모든 대화를 다 봤다. 다만 대화에 따라 주인공의 멘탈이 깎일 수도 있어서 주의해야한다. 물론 멘탈을 올릴 수도 있다. 주인공의 멘탈이 끝까지 깎이면 게임 오버가 된다.
시나리오 역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일단 1회차는 무슨 짓을 하든 무조건 배드 엔딩으로 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으로 2회차를 강요하는 진행 방식은 옛날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그닥 선호하지 않는다. 1회차에서 본 부분들을 다시 본다는 점이 벌써 플레이어에게 부담되기 때문에 진입장벽만 높일 뿐이다. 그리고 초반에 나오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장치와 미스터리들이 후반부에서 거의 맥거핀 급으로 허무하게 해명되는 것도 아쉬웠고 굉장히 중요하게 활약하는 정체불명의 인물도 사실은 별 의미 없는 인물이었다는 것에는 화까지 났다. 그리고 워낙 추리만화도 많이 보고 게임도 많이 했다 보니 범인이 너무 클리셰적이라고 할 정도로 뻔하게 보였다. '설마..? 너무 뻔한데' 했지만 반전 없이 역시나여서 아쉬웠다. 1회차부터 쎄하더라니ㅋㅋㅋ
주인공을 포함한 캐릭터들의 디자인은 상당히 개성적이면서도 과하지 않아 좋았지만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인물들이 생각보다 평면적이어서 아쉬웠다. 관계도 이벤트를 통해 각자의 속사정을 상세히 알 수 있지만 너무 '알고 보면 착한 놈이야' 설정을 남발하는 느낌이었다. 대사들도 뭔가 찰진 맛이 없고 유머도 별로 없고 시종일관 심심하다. 더빙은 참 멋있게 잘 돼있는데 가끔 들어주기 힘들 정도로 오글거리는 대사들이 진행을 곤란하게 한다. 억지로 20대 말투를 흉내내려는 듯한 그런 느낌의 대사들이 종종 튀어나온다.
분량도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다. 워낙 한정된 공간과 시간대에서 시나리오가 진행되다 보니 풀프라이스의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으로 만들기에 작가도 버거워 했을 것이라는 게 느껴진다. 솔직히 빠르게 진행하면 5시간 정도면 깰 것 같다. 그리고 아무리 텍스트 게임이라지만 3D로 맵을 만들었으면 직접 1인칭으로 돌아다니면서 조사하는 파트라도 넣어주지 일자형으로 자동으로 진행되는 것도 아쉬웠다. 부족한 분량을 늘리기 위해 크게 세 가지 분기를 만들었지만 결국 별다를 것도 없는 전개이다.
==(B루트, C루트 감상)==
B루트의 경우는 본편에서 피해자가 된 인물이 살아남는 상황이 전개되는데 본편과 사실상 다를 것 없는 내용의 전개로 본편을 다시 한 번 해보는 느낌이 들 정도의 의미이다.
C루트는 그냥 모든 루트 해보려고 공포 루트인 줄도 모르고 진입했다가 문제의 장면에서 진짜 식겁했다ㅋㅋㅋㅋ 아.. 진짜 개무서워서 눈 반쯤 가리고 플레이했다.. 밤에 잠도 설쳤다ㅋㅋ 꽤 무서우니까 플레이할 때 꼭 주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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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을 엄청 많이 얘기했는데 그래도 국내에서 이런 텍스트 게임이 나온 것에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 UI라던지 이펙트 같은 건 굉장히 세련되게 잘 빠졌고 일러스트도 좋다. 짧은 분량이지만 진엔딩까지 갈 때의 몰입도나 재미는 국산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만족할 만 하다. 다만 정말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게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재밌다고 추천해 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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