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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재판6 한글패치 클리어 후기/리뷰 [3DS]

게임/추리 게임

by Lucill 2020. 9. 1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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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전재판 시리즈는 어렸을 때 내가 가장 열광했던 게임 시리즈이고 나의 추억이 담겨 있는 게임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의뢰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법정에서 펼쳐지는 추리 어드벤처 게임으로 극적이고 허를 찌르는 스토리와 강한 캐릭터성, 그리고 플레이어까지 피끓게 만드는 주인공의 열정과 신념이 인상적인 게임이다. 하지만 전설의 나루호도 트릴로지 이후, 급격히 힘을 잃은 4탄과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산만하다고 느껴졌던 5탄을 플레이하고 나서는 조금 실망했다. 역전재판은 전작들의 인기로 연명하는 시리즈라고 인식하게 되었고 이 시리즈에 대한 더 이상의 기대가 사라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6번째 시리즈가 한글화가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그렇게 설레지 않았다. 플레이하기 귀찮아서 미뤄두고 있다가 이제야 플레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플레이하고 나니 이러한 나의 아쉬움과 실망들은 싹 사라졌다. 역전재판6은 지금까지 플레이한 역전재판 시리즈 중 가히 역대 최고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역전재판 최고로 꼽히는 역전재판3도 아득히 뛰어넘는 역대급 명작이다. 4,5탄에서 뿌려졌던 오도로키의 스토리와 떡밥들을 완벽하고 깔끔하게 완결내면서 새로운 오도로키 트릴로지가 완성된 것 같다. 어제 클리어했는데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역전재판6의 가장 큰 특징은 아시아의 소국 "쿠라인 왕국"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쿠라인 왕국이라는 설정을 추가한 게 너무 억지스러운 건 아닌지 우려했는데 생각보다 기존 스토리에 잘 녹아들게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일본의 쿠라인 마을의 영매도가 쿠라인 왕국에서 전파된 것이고 영매의 원조는 쿠라인 왕국이라는 설정이다. 그런데 이 "쿠라인 왕국"의 설정이 독특하다. 쿠라인 왕국의 법정은 무려 변호사가 존재하지 않는 법정이며 이 나라 사람들은 모종의 이유로 변호사를 극도로 혐오한다. 그리고 무려 피고인이 유죄 판결이 날 경우 피고인을 변호한 사람까지 같은 죄로 처벌받는다는 "변호죄"가 있다. 하다하다 이제 변호사 없는 나라에서 재판이라는 극한상황에서 역전을 끌어내야 한다. 불쌍한 나루호도ㅋㅋ

 

 역전재판6은 비주얼, 시스템, 스토리 면에서 엄청나게 발전하여 역전재판 시리즈가 보여줄 수 있는 궁극의 게임을 보여주었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이 발전한 비주얼이다. 5탄부터 3DS로 제작되면서 3D로 바뀌었지만 살짝 어색하고 캐릭터들의 모션 등이 위화감이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3D 제작에 조금 더 익숙해진 건지 전작보다 위화감이 덜해지고 캐릭터들의 모션이나 모델링도 2D 역전재판 시절의 느낌이 난다. 법정에서의 액션, 시점도 다양해졌고 조사할 때도 3D를 활용한 기믹들이 재미있다. 진범의 브레이크다운, 검사의 패배 모션 등이 시원시원하게 쾌감을 주고 아낌없이 넣은 캐릭터들의 화려한 모션들도 즐겁다. 

 

 역전재판6은 쿠라인 왕국에서의 나루호도 에피소드, 일본에서 오도로키와 키즈키의 에피소드가 번갈아 진행되는 형식의 멀티 주인공 체제로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덕분에 역전재판6의 지금까지의 역전재판 시리즈를 총망라한 다채로운 기믹들로 쉴새없이 몰아친다. 나루호도의 <사이코 록>, 오도로키의 <꿰뚫어보기>, 키즈키의 <감정 카운셀링> 등을 체험할 수 있고 역전재판4에서 잠깐 등장했던 지문채취, 루미놀 검사 등의 과학수사가 다시 등장했을 뿐 아니라 신 시스템인 쿠라인 왕국 법정의 <영혼의 신탁>까지 플레이하면서 풍성한 선물을 받은 것 같다. 다른 시스템들도 반갑지만 무엇보다 신 시스템인 <영혼의 신탁>이 신선하고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영매가 통용되는 역전재판의 세계관을 잘 응용한 시스템인데 죽은 자의 죽기 전 몇 초간의 기억을 보고 사건에 대한 단서를 얻는 것이다. 쿠라인 왕국에서는 이 <영혼의 신탁>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역전재판인 만큼 당연히 <영혼의 신탁>에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황이 찍혀 있는데 이 신탁에서도 모순을 지적하면서 상황을 전개해 나가게 되는데 신탁이 진행됨에 따라 피해자의 기억이 다르게 해석되면서 역전하게 되는 게 상당한 묘미가 있다. 

 

 무엇보다 역전재판6은 스토리와 구성이 진짜 미쳤다. 일단 추리 요소의 완성도가 굉장히 탄탄하게 보강되었다. 이전 시리즈들도 명색은 추리게임이었지만 약간의 억지성이나 모순 때문에 비판이 있었는데 역전재판6은 제대로 된 추리게임으로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로 높은 난이도와 짜임새있는 추리를 보여준다. 그리고 역전재판 고인물이 되면서 어느 정도 사건의 패턴이 예상되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들이 펼쳐진다.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속속들히 밝혀지는 비밀들과 반전들이 쉴새없이 플레이어의 두뇌를 자극한다. 쿠라인 왕국의 비밀과 주인공이 과거사, 나유타 검사의 숨겨진 스토리, 사법 제도의 어둠, 이전 시리즈들의 떡밥들이 얽히고 섥혀 총망라한 메인 스토리는 거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했다. 역전재판6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볼륨도 엄청나지만 치밀한 구성과 반전이 역대 마지막 에피소드들 중 최고였다.

 

 

 

 

========== (여기부터 살짝 스포) ==========

 

 

 

 메인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건 나루호도의 비중도 있지만 결국 오도로키의 비중이 더 크다. 나루호도는 메인 스토리에서 살짝 빠지지만 어엿한 스승/조력자 포지션이 되어서 좋고 오도로키가 성장한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깔끔하게 완결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4탄이 나온 직후에만 해도 이렇게 오도로키가 이렇게 든든한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6탄이 되면서 오도로키 트릴로지로서 이야기를 완성시킨 것 같다. 셀링 포인트였던 마요이의 등장도 반갑지만 생각보다 메인 스토리에서 비중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아야사토가 스토리는 나루호도 트릴로지에서 완벽하게 결말이 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요이와 나루호도가 더 이상 스토리에 끼어들면 뇌절이라고 생각해서 차라리 조력자 포지션이 된 것이 오히려 깔끔해서 좋았다.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기는 하다. 이전 시리즈들에 비해서 에피소드별 조연 캐릭터들이 적은 것은 조금 섭섭했다. 3D 모델링이 힘들어서 그랬나? 전작들은 특히 에피소드 2,3에서 개성 강한 조연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는 게 특징이었는데 역전재판6에서는 등장인물이 피고인, 진범, 증인 1~2명 정도가 다라서 조금 섭섭했다. 그와 별개로 스토리는 굉장히 깔끔하고 탄탄해졌지만. 그리고 결국 5탄의 신캐였던 키즈키 코코네의 존재감이 조금 애매해졌다. 코코네의 스토리도 5탄에서 너무 깔끔하게 끝나버려서.. 코코네가 주인공인 에피소드도 있지만 한 에피소드로 거의 외전처럼 등장하고 끝난다. 만일 다음 시리즈가 나온다면 코코네한테 무슨 역할을 맡겨야 할지 고민될 것 같은데 6탄으로 스토리가 너무 깔끔하게 끝맺음돼서 그냥 속편이 더 안나와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힌트랑 가이드를 많이 줘서 난이도는 좀 쉬운 편이다ㅋㅋ 예전 게임보이나 DS 때는 조금 헤매는 맛도 있었는데 왠만하면 그럴 일이 없다. 이건 장점이자 단점? 그리고 역전재판이 원래 이전 시리즈를 플레이 안한 유저들을 많이 배려하는 편이지만 6탄은 특히 이전 시리즈들의 떡밥이 많이 나오다 보니 가능하면 4,5탄은 플레이하고 하는 편이 조금 더 게임을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클리어하고 나서 갓겜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역전재판6이었다. 역전재판 시리즈 팬이라면 이전 시리즈들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할 뿐 아니라 시리즈 특유의 생생하고 스펙타클한 법정 액션을 즐길 수 있는 정말 선물같은 게임이 될 것이다. 한글화해주신 팀 갈무리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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